오해는 소통의 기본값입니다.
소통은 이 오해를 심화하거나 아니면 이해로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바로 소통하고자 하다가 불통이 일어나고 논쟁으로,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하수구가 막히는 것과 같습니다.
하수구는 물이 빠지는 곳이지만, 그래서 물이 막히기도 합니다.
들어간 이물질이 쌓이고 쌓여 막혀버리면 빠지는 곳이 바로 막히는 곳이 됩니다.
소통이 막혔다는 것은 그 관계가 원래는 통하던 관계였다는 것이죠.
오해는 이해하던 사람끼리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해하던 관계이기에 오해가 생기는 것이죠.
'알겠지'라는 생각이 쌓이고 쌓이다 막히면
믿었던 만큼 아니, 그보다 크게 배신감이나 서운함이 느껴집니다.
이는 마음에 불을 일으켜 갈피를 잡을 수 없게 커지기도 하고,
이어 서운한 마음은 복수심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복수심도 인간의 기본값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받은 대로 갚아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
당했다고 생각하면, 당하게 해주고 싶어 합니다.
드라마를 보면, 늘 이 복수의 관계가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복수를 빼면 사실 볼 것이나 재미가 없죠.
사람은 복수극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뭔가 시원한 맛, 카타르시스를 경험하죠.
자, 오해를 풀 방법은 있을까요?
사실 없습니다.
나중에는 진실이 나타나고 드러나도, 자신이 오해한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진실을 거짓이라고 믿으려고 합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뉘우치는 것은 매우 훌륭한 태도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매우 좋은 태도입니다.
하지만 그런 성품은 본성이 아니어서 매우 공들여 계발해야 합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오해를 받아 억울해지까지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갑니다.
심지어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삶'에는 다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일들이 왜 일어나고 또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다 알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일들이 주고 있는,
아니 이런 일들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배움이 있다는 것이죠.
단지 억울하고 분한 마음, 복수하겠다는 생각 말고,
이 일을 통해 삶이 내게 내어준 숙제를 풀어보고,
그 과정에서 내면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만큼은 명확한 것입니다.
이 배움을 받아들일 때, 삶은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위기는 기회가 되고, 고통은 조금 편안함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길과 문이 열리죠.
이런 경험을 몇 차례 하다 보면,
인간관계는 내가 성장하는 배움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고,
인연을 의도적으로 너무 많이 또 깊게 맺지 않는 것이 좋은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인연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합니다.
인연을 억지로 맺으려다 보니, 탈이 나버리는 것이죠.
사람이야 말로 함부로 만나지 말아야 할 너무 중요한 대상입니다.
사람을 기피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란 말이죠.
인연 따라 만나면 자연스럽게 인연이; 다하면 헤어집니다.
인간관계는 영원한 것이 아니죠.
그것은 일정한 시간, 정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는 오해를 바탕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해야죠.
눈에 꽁깎지가 써지고, 마음이 온통 빼앗기는 인간관계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요즘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것을 배울 수 있는 기관이나 장이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인간관계'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학교폭력에 성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면 가정은 어떻습니까?
도대체 삶에서 있어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어디서 배우고 있는 걸까요?
어찌 어린 학생들을 탓하겠습니까?
어른들의 몫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것이 제대로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이 어찌 어른들의 잘못일까요?
그들도 배움이 없이 나이가 들어버린 걸요.
안타까울 뿐입니다.
인간관계는 사회에서 몸을 때우면서 배웁니다.
그러니 사고가 나고 상처가 나고, 생채기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항상 일이 일어나고서야 예방을 하게 되는 일이 따라오는 것이죠.
아, 정말 도움이 필요합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억지 인연을 만들거나, 모든 만남을 인연으로 여기는 것도 참 주의해야 할 일입니다.
소중함은 반드시 신중함을 동반해야 합니다.
오해가 일어났다면, 그것이 '혹시 인연이 아닌 것을 억지로 인연으로 만들고 있던 것은 아닌가?' 점검해야 합니다.
내가 상대를 오해한 것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시작하다 보면,
오해 자체에 집중하여 균형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오해를 다루고 있는 나 자신의 태도를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죠.
'좋은 사람'이라고 오해한 것은 아닌가?
내 기대와 요구를 '충족할 사람'이라 오해한 것은 아닌가?
이 정도는 다 알아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오해한 것은 아닌가?
그렇게 내가 먼저 오해해 놓고 상대가 먼저 오해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아무리 친하고 허물없는 관계도 오해는 피해 갈 수 없는 인간의 운명입니다.
인간은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여러 가지 이유로 추측과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추측과 편견, 선입견도 다 인식하기 어려운데,
상대가 가진 것들, 다른 사람의 것들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요?
오해가 기본값인 것을 이해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인연을 맺어가는 것이
그나마 다행히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기본이 됩니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참 많은 만남이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오해의 굴레는 벗어나지 못합니다.
다만 좀 줄이고, 약해지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외롭고, 고독합니다.
그래서 서로가 필요하고,
그래서 내면공부는 살아가는 내내 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 됩니다.
인간관계에 자신 있어하는 것은 오만입니다.
언젠가 그 자신만만함이 비참하게 깨질 일이 기다리죠.
인간관계는 그저 기적에 가까운 신비입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되 정말 신중하기를 배우고,
인연을 너무 많이 맺지 말며,
겸손히 살아내야 하는 것이
인생 앞에 갖는 바른 태도라는 것이
오늘 글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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